갈래복합 06 (나)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(최승호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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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이지 않는내 영혼의 북가시나무를무슨 무슨 주의(主義)의 엿장수들이 가위질한 지도 오래되었다이제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엔가지도 없고 잎도 없다있는 것은 흠집투성이 몸통뿐.
 
 
허공은 나의 나라, 거기서는 더 해 입을 것도 의무도 없으니죽었다 생각하고 사라진 신목(神木)의 향기 맡으며 밤을 보내고깨어나면 다시 국도변(國道邊)에 서 있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,귀 있는 바람은 들었으리라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들이내 앙상한 몸통에 매달려 나부끼는 소리,그 뒤에 내 영혼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.
 
 
봄기운에대장간의 낫이 시퍼런 생기를 띠고톱니들이 갈수록 뾰족하게 빛이 나니살벌한 몸통으로 서서 반역하는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여잎사귀 달린 시(詩)를, 과일을 나눠 주는 시를언젠가 나는 쓸 수도 있으리라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시를하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여지저귀지 않아도
- 최승호, <내 영혼의 북가시나무>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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