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0강 (다) 뿌리가 꽃이다(정호승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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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년 내내 아파트 베란다에 내버려두었던 화분에서 수선화 싹이 돋기 시작했다. 입춘이 지난 날 우연히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빈 화분을 버리려고 하다가 싹이 돋는 것을 발견하곤 마음을 고쳐먹었다. 싹은 점점 자라 꽃대가 올라오고 나중엔 연노란 수선화가 환하게 피어올랐다.
베란다 유리창 앞에 화분을 놓고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또 보았다. 맑다 못해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수선화의 연노란 꽃 빛이 아름다웠다. 수선화는 마치 내가 보고 싶어서, 나를 만나기 위해 어둡고 좁은 화분 속에서도 겨울을 견디고 피어났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. 지난해 봄 영등포 거리에서 꽃대가 막 올라온 수선화 화분을 사서 꽃이 시들 때까지 보다가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 두고 까맣게 잊고 만 나는 수선화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.
내가 사는 아파트는 1층인 데다 서향이라 해 질 무렵에만 햇빛이 잠깐 들어오기 때문에 베란다에 화초를 두면 잘 자라지 않는다. 얼마 전에는 꽃망울이 맺힌 동백나무 화분을 옆집에서 얻어 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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