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1강 (나) 며느리밥풀꽃(송수권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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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씨 보러 뜰에 내려
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
산부추, 개망초, 우슬꽃, 만병초, 둥근범꼬리,
씬냉이, 돈나물꽃
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
소군산열도, 안마도 지나
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
 
그 중에서도 우리 설움
뼛물까지 녹아흘러
밟으면 으스러지는 꽃
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
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꽃
울엄니 나를 잉태할 적 입덧나고
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
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
혀 끝에 감춘 밥알 두 알
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도 지쳐
추스림 끝에 피는 꽃
며느리밥풀꽃
 
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
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.

- 송수권, <며느리밥풀꽃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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